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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영남대 안 민속촌 아시나요? 캠퍼스 안 한옥촌 가을 산책길

by 뚜뚜 튀어볼까 2026.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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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영남대학교 민속촌 캠퍼스 한옥 산책길 전경

날씨가 선선해지고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주말에 멀리 차를 몰고 나가자니 도로 정체도 걱정되고 시간도 넉넉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가벼운 옷차림으로 훌쩍 다녀오기 딱 좋은 도심 속 힐링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대구 지하철 2호선 끝자락에 자리한 영남대학교 캠퍼스 안 민속촌입니다. 대학 안에 웬 민속촌인가 싶겠지만, 이곳은 약 2만 평 캠퍼스 안 너른 숲 속에 옛 한옥 7채와 서원, 서당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옛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한옥마을입니다.

영남대 민속촌 구계서원의 솟을외삼문 진덕문과 돌계단 전경

1. 옛 모교를 찾은 듯한 설렘과 고마움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아주 좋다는 점입니다.

지하철 2호선 종착역인 영남대역에 내려 3번 출구로 나오면 시원하게 트인 대학 정문이 바로 맞이해 줍니다. 정문을 지나 대학 캠퍼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면 됩니다.

정문에서 대학본부까지 이어지는 넓은 길을 30분 정도 천천히 걷다 보니, 문득 청춘의 한 자락을 보냈던 옛 모교를 오랜만에 찾아와 가슴이 뭉클하고 설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캠퍼스 곳곳에 우뚝 솟은 현대식 건물들과 잘 가꿔진 교정을 둘러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높은 지성으로 연구하고 땀 흘리며 학교를 이토록 눈부시게 발전시켜 준 대학 구성원들의 공로에 절로 고마운 마음이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았습니다.

그렇게 활기찬 길을 지나 천마아트센터를 거치면 웅장한 대학본부 건물이 나타나고, 민속촌은 바로 그 본관 옆 나지막한 언덕에 위치해 있습니다.

우리 동네 뒷동산처럼 완만하고 언덕이라 걷는 내내 숨이 차거나 힘들지 않습니다. 실제로 가보면 인근 동네 주민분들도 편안한 차림으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영남대 민속촌 솔숲 산책로 입구에 세워진 천하영남대장군과 지하여영남대장군 장승

2. 안동 민속마을 한 조각을  옮겨놓은 풍경

민속촌 입구로 들어서면 무엇보다 놀라운 건 한옥의 생생함입니다.

관광지에 사진 찍으려고 현대식 자재로 그럴듯하게 흉내만 낸 한옥 세트장이 아닙니다. 기둥에 파인 거친 나뭇결, 흙과 돌을 섞어 빚어낸 담장, 햇볕에 바랜 기왓장까지,  옛것을 그대로 옮겨놓고 복원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느껴집니다.

푸른 가을 하늘 아래 구계서원 현판이 걸린 고택 과 단정한 기와 마당 풍경

3. 대학교 안에 왜 이런 한옥마을이 생겼을까요?

1970년대에 나라에서 큰 물길을 막는 안동댐을 지으면서, 그 일대 유서 깊은 마을들이 전부 물속에 잠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조상들이 대를 이어 살아온 집과 서당이 하루아침에 영원히 사라질 판이었습니다.

그때 현장 조사를 맡았던 영남대학교의 김택규 교수님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물속에 잠겨 없어질 바에는, 우리 대학 캠퍼스로 옮겨와 후손들에게 남겨주자!"

그렇게 해서 허물어질 뻔한 옛집들을 기둥, 서까래(지붕을 받치는 긴 나무), 주춧돌 하나까지 조심스럽게 해체했습니다. 번호를 매겨 캠퍼스로 정성껏 실어 나른 뒤, 원래 모습 그대로 다시 조립해 세운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대청마루는 물속에서 건져 올린 기적 같은 문화유산인 셈입니다.

푸른 숲과 단풍나무 아래 묘현사 현판이 걸린 영남대 민속촌 구계서원 사당과 맞배지붕 전경

4. 걸으며 눈여겨볼 알짜배기 고택들

지붕에 구멍이 뚫린 '까치구멍집'

가장 인상적인 집 중 하나는 안동 월곡면에서 옮겨온 까치구멍집입니다.
지붕 양쪽 끝을 보면 까치둥지처럼 작은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산골 마을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막으려고 집을 꼭꼭 닫아두는 대신, 방안의 밥 짓는 연기와 탁한 공기가 지붕 구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도록 만든 지혜로운 집입니다.

푸른 소나무 숲과 붉은 단풍나무 사이에 자리 잡은 영남대 민속촌 고택 누각 전경

선비들의 배움터였던 '구계서원'과 '화산서당'

선비들이 모여 공부하고 제사를 지내던 구계서원과, 칠곡에서 옮겨온 소박한 화산서당도 만날 수 있습니다. 마루에 걸터앉아 앞마당을 바라보고 있으면 옛 유생들이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단정하고 고요합니다.

조선 시대 벼슬아치의 집 '의인정사'와 정자들

진보 현감(지금의 군수 격)을 지낸 분이 살았던 의인정사는 양반가의 널찍한 살림집 구조를 잘 보여줍니다. 그 밖에도 주변 나무들과 그림처럼 어우러진 정자인 쌍송정과 일휴당, 가문의 충효를 기리는 의성김 씨 정려문까지 곳곳에 알찬 볼거리가 이어집니다. 저와도 인연이 있는 가문입니다. 퇴계 이황은 저희 가문의 직계선조이십니다.

💡

알고 보면 더 깊이 보이는 '의성 김 씨 정려문' 이야기

산책로 한쪽에 단정하게 자리한 '의성 김씨 정려문(旌閭門)'은 특정 남성 관직자가 아닌, 조선 시대 한 여성의 지극한 사랑과 정절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 하사한 붉은 문(홍살문)입니다.

  • 정려문의 주인공: 퇴계 이황 선생의 후손인 이중건(李中健)의 부인 의성 김씨(義城 金氏)입니다. 안동 천전리(내앞마을) 명문가 출신으로, 시부모를 극진히 봉양하며 온화하고 정숙한 성품으로 칭송받았습니다.
  • 세워진 배경: 결혼 후 오랜 중병을 앓던 남편을 밤낮없이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였고, 사후에도 끝까지 도리와 절의를 지켜 그 행실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에 조선 조정에서 모범이 되는 열녀로 공인하여 정려를 내렸습니다.
  • 캠퍼스로 오게 된 사연: 본래 안동 도산면 토계리에 있었으나 1970년대 안동댐 수몰 과정에서 철거 위기에 놓이자, 영남대학교 동문 문중의 기증을 받아 교내 민속촌에 원형 그대로 이전 복원되었습니다.

소박해 보이는 붉은 문이지만, 현판에 깃든 가족애와 굳은 지조를 떠올리며 마주하면 가을 산책길의 여운이 한층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5. 옛 선현의 숨결 위에 피어나는 젊은 지성들의 배움터

이 민속촌이 더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유리창 너머로 박제된 채 멈춰있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남대학교 박물관에 따르면, 의인정사나 구계서원 같은 고택 공간은 사전 대관 신청을 받아 캠퍼스 젊은 지성들이 모여 토론하는 정규 강의나 학술 세미나 장소로 지금도 활발하게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문의: 영남대 박물관 053-810-1707)

수백 년 전 선현들이 학문과 도를 닦던 바로 그 대청마루에서, 시대의 고민을 마주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청년 지성들이 마주 앉아 배움을 잇는 모습은 그 자체로 과거와 현재가 가장 아름답게 교감하는 장면입니다.

6. 가을 사색 산책을 마치며

나무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어가는 계절입니다.

멀리 여행 갈 여유가 없거나 주말에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면, 대구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경산 영남대로 발걸음을 옮겨보세요.

낙엽 바스락거리는 흙길을 밟으며 동네 뒷동산 같은 언덕을 천천히 걷다 보면, 묵직한 돌담과 기와지붕이 바쁜 마음을 편안하게 토닥여 줍니다. 도심 속에서 가을의 깊은 정취와 여유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참 고마운 산책길입니다.

가을 햇살에 노랗게 물든 영남대 민속촌 단풍나무와 산책로
경산 영남대 민속촌 야외 전통혼례 포토존과 우리 혼인했어요 현수막이 걸린 소나무 풍경

 

📌 영남대 민속촌 방문 팁 한눈에 보기

  • 가는 길: 지하철 2호선 영남대역 3번 출구 → 정문 통과 후 본관 방향 도보 약 30분
  • 신발 추천: 흙길과 나즈막한 언덕 산책로가 이어지니  편한 운동화가 좋습니다.
  • 관람 안내: 야외 산책로는 누구나 편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실내 박물관 전시나 고택 내부 개방은 학내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산책을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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